2024년 9월 이탈리아 가을 여행기 16 - 바르젤로 미술관 20240918
이 글은 이미 두 달 전에 다녀온 여행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글이며, 주관적인 의견이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보전달의 목적보다는 사적인 기록을 위한 글입니다.
여행 시점 이후 현지 관련 정보에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날보다 유독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가 창밖에 수레 끌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계셨다.
나는 자느라 몰랐는데 아침부터 수레 끄는 소리가 잘 들려서 보고 계셨다고 한다.
우리 숙소가 있는 거리 맞은 편에는 매일 시장처럼 뭔가를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
시장이라고 하기엔 물건 종류가 너무 제한적이고(주로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이 좋아할법한 가죽제품이나 스카프, 목도리, 피렌체를 상징하는 기념품 등을 판다) 해가 질 무렵에는 장사를 파하고 물건을 정리해 수레에 정리한 뒤에 그걸 끌고 어딘가로 돌아가는 장사꾼이 많았다.
https://maps.app.goo.gl/StAJ2rmtNhvL6K529
이곳이 밤이 되면 금새 휑해지는데, 그 텅빈 무대 위로 겉보기에는 평범해보이는 사람이 올라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른다.
클래식 음악이 주류인듯. 바이올린을 켜기도 하고 성악곡을 부르기도 하더라...왠지 멋있어서 밤에 일부러 나가서 거리공연을 구경하고 온 적도 있다.
게다가 숙소랑 엄청 가까워서 숙소에서도 거리공연 소리가 잘 들리는데, 좀 고급진 자장가라고 생각하며 잠에 들 수 있었다.
이것도 피렌체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인걸까...
아침식사
전날에는 숙소에서 알려준 카페에 가서 조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조식으로 나온 탄수화물 메뉴가 전부 단맛 뿐이어서 어머니는 아침부터 단것만 먹는 게 안당기셨나보다.
나야 비록 혈당스파이크를 찍긴 하겠지만 워낙 빵을 좋아하고 달달한 빵은 더 좋아하는데 그걸 아침에 먹든 저녁에 먹든 여행와서 먹는 거라면 딱히 신경 안쓰는 쪽이다.
그치만 이럴 땐 역시 동행하는 어머니에게 가급적이면 맞춰드려야 그날 컨디션 좋게 여행지를 함께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맞춰드리기로 했다.
오전동안만 숙소 카운터에 계시는 숙소 사장님께 오늘은 다른 곳에서 먹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나왔다.
사실 우리 숙소 근처의 카페들이 전부 뷰가 좋은 곳에 있고 넓은 카페가 많다보니 메뉴 가격대가 현지인들 늘상 가는 곳과 비교하면 비쌀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오전 일정을 가기 전에 조금 걸어서 괜찮은 카페를 찾아보기로 했다.
https://maps.app.goo.gl/ABXRUBwsYqYdKVBh7
원래부터 저런 이름의 카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렌체 다운 가게 이름?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숙소 근처의 관광지 카페와는 다르게 비교적 저렴했고 맛도 서비스도 괜찮았다!
아침부터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모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걸 보니 잘되는 곳인듯.
오전부터 비가 좀 오고 있었는데 천장이 있는 야외좌석이 세 테이블?정도 있어서 어머니와 그쪽에 앉았다.
커피를 시키려고 하니 메뉴판에 혹시 저것은...!싶은 메뉴가 있었다.
2024년 9월 이탈리아 가을 여행기 03 - 로마 여행 :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20240912 편에서도 적었지만 우리 어머니는 유당불내증이 심한 편이신데 마침 이 카페에 두유 카페라떼로 추정되는 메뉴가 있었다ㅋㅋ
cappuccino di soia 이게 딱 두유라떼..그 자리에서 후다닥 검색해보고 바로 어머니 것으로 한 잔 주문했다.
물론 내거는 그냥 카푸치노로...
주문하고 나서 '두유로도 우유처럼 거품을 낼 수 있구나' 하면서 커피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음식은 바게트에 채소와 토마토, 치즈 끼운 샌드위치(어머니 것)와 피스타치오 크로와상(내 것)을 주문했는데 샌드위치는 사진을 못찍었다..
두유라떼가 따뜻한 음료인데도 유리컵에 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탈리아의 다른 카페에서도 종종 이랬던 것이 생각난다.
도자기 컵에 담을 때와 유리컵에 담을 때의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열전도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이과가 아니라서...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중에는 이점에 일가견이 있어서 섬세한 사람들은 주문할 때도 무슨 컵에 달라고까지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전문적인 수준은 절대 아니라서 좀더 내공을 쌓아야겠군..!
바르젤로 미술관
입구가 어디인지 좀 헤매다가 학생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 뒤로 줄을 섰다.
얘네도 학교에서 견학이나 체험학습 차 이렇게 오는 걸까?
미술관에서 작품 관람하다가 이 일행들을 종종 마주쳤는데, 흥미있게 설명을 듣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좀 지루해하는 눈치였다.
어느 나라 학생이나 이럴때 보면 다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ㅋㅋ
바르젤로 미술관은 예전에 경찰서로 쓰이던 건물이었다고 한다. 공예품이 유독 많다.
조각이나 회화도 있지만 회화는 거의 중세 이콘화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전공이 공예쪽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도자기 분야 이외의 다른 재료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정말 많다.
더군다나 남의 나라 공예품은 더욱 그렇지만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늘어선 다양한 공예품들이 모여있는 것이 대단해 보이긴 했다.
정말 극소수지만 동양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었다.
1층의 한쪽 작은 방에 유독 사람이 많이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심지어 직원이 인원수 통제까지 하는 방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방안에 도나텔로의 작품들이 모여있었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서 본 도나텔로의 목조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에 있다니!
그의 제자이기도 했던 루카 델라 로비아의 테라코타 작품도 있었다.
오전에 많은 작품을 봤으니 오후에는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장 가는 길에 피렌체 대성당을 지나갔는데, 몇 번 봐도 질리지 않고 계속 사진을 찍게 만드는 대성당의 쿠폴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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