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이탈리아 가을 여행기 22 -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20240920
이 글은 이미 두 달 전에 다녀온 여행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글이며, 주관적인 의견이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보전달의 목적보다는 사적인 기록을 위한 글입니다.
여행 시점 이후 현지 관련 정보에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피렌체 숙소에서의 마지막 아침.
창문열면 남의 집 뷰이긴 하지만 하늘이 안보이는 건 아니라서 다행..
로마에서 피렌체에 올 때처럼 오전기차로 예매해 둔 표가 있어서 얼른 짐 싸서 나가기로 했다.
유독 떠나기 아쉬웠던 피렌체...
비엔비 사장님한테 카운터에서 체크아웃 할 때 관광세를 지불하는데 사장님이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고 물어보셨다.
기차타고 곧 베네치아로 갈 거라고 했더니 그러면 역까지 택시타고 가는거 어떠냐고 자기가 콜택시 불러주겠다고 하셔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침도 먹고 가라고 하셨는데, 엄마가 그 달달한 크로와상을 아침부터 먹는게 부담스럽다고 안먹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린 그냥 안먹고 가겠다고 했는데 사장님이 커피라도 한잔씩 테이크아웃 하라고, 자기가 조식 제공하는 카페에 연락해 둘 테니 꼭 마시고 가라고 정을 베풀어주셨다.
짐을 들고 내려가니 카페 사장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저벅저벅 오셔서는 이 앞으로 택시가 올테니 자기가 내려준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라고 웃으며 짐을 들어주셨다. 어머니 미인이라는 얘기도 또 덤으로 해주시고ㅋㅋㅋㅋ
커피만 갖다줄 줄 알았는데 종이백에 빵까지 포장해주셔서 땡큐를 연발하고 있자니 택시가 도착했다.
흰 봉고차같은게 오길래 처음엔 택시 아닌줄 알았다...기사님은 호리호리한 여자분이셨는데 우리 짐을 번쩍 들더니 트렁크에 넣어주셨다.
일부러 여성분이 오신건지 아니면 운 좋게 여성 기사님이 배치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녀 여행객으로서 좀 더 안심도 되고 운전도 스무스하고 안전하게 해주셨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 앞에서 내리려는데 역 앞 혼잡도를 보시더니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주셨다. 아침부터 피렌체 사람들의 친절함에 더더욱 떠나기 싫어지는 이 기분...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역사가 혼잡한 건 로마와 마찬가지였다. 카페테리아나 샌드위치가게가 있었는데, 어머니는 샌드위치를 드시고 싶어 하셨고 나는 카페에서 받아온 커피가 남아서 그것만 홀짝홀짝 마셨다.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는 다행히 연착없이 제 시간에 왔다. 이번에는 우리가 탈 기차 칸 사이에 캐리어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어서 거기에 넣고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와 나는 이번 여행에서 대도시만 관광했지만, 중간에 이렇게 지나가는 소도시들 풍경을 보며 내심 이곳을 여행하는 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페라라 역은 앞서 우리가 머물렀던 로마나 피렌체 역보다 작은 느낌이었지만, 여기나 파도바에서 타는 승객중에 젊은 외국인이나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탔다.
파도바...이 도시엔 조토의 그림으로 유명한 성당이 있다고 들은 것 같다.
언젠가 이런 소도시도 구경하고 싶다.
카페에서 준 빵을 먹으며 한참 창밖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어느 새 우리 숙소가 있는 베네치아 메스트레 역에 도착했다.
산타루치아 역이 종점이지만 짐이 있으니 종점까지 갈 수는 없었다.
메스트레 역에서 숙소 가는 방향의 출구를 못찾아서 내가 조금 헤매긴 했지만 어찌저찌 길을 찾아서 오후 1시쯤에 체크인을 했다.
도착하기 며칠 전에 미리 호텔측에 예정 도착시간을 연락해두긴 했지만, 짐만 맡기고 끝날 줄 알았는데 얼리체크인이 가능해서 운이 좋았다.
호텔은 여기!
https://maps.app.goo.gl/EYzeLF4UDJMaEZWC7
연식이 쫌 있어보이지만 두명 쓰는 방 치고는 방도 화장실도 비교적 넓고 좋았다.
한국분들 많이 묵는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마주치진 않았다.
방에 짐을 내려놓고 아직 오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바로 본섬 구경을 가기로 했다.
미리 베네치아 ACTV 3일 버스이용권을 KKday에서 구매해뒀고 예약번호를 프린트해서 가져갔었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 있는 기계에서 예약했던 이용권을 발권할 수 있었다.
발권한 것 까지는 좋은데 구글지도에 뜨는 버스 시간에 버스가 안오는 것이다...
전광판에도 분명 시간이 되자 2번버스가 떴는데 정작 버스가 오지는 않고...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모두 본섬에 가는 그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동양인 얼굴을 한 여성분이 우리를 보고 다가오셨다.
중국어로 뭐라고 말씀하시길래 미안하지만 우리 한국인이라 중국말 모른다고 했더니 당황하시더니 영어로 오늘 버스가 안올거라고 하셨다!
나도 당황해서 왓??밖에 말을 못하고 있는데 그 여성분이 잠시 고민하더니 자기 핸드폰에서 뭘 검색해서 보여줬다.
현지의 인터넷 뉴스인 것 같았는데, 베네치아 일부 버스 노선이 파업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그걸 읽는데 버퍼링이 걸려서ㅋㅋ잠시 말을 잃고 있었는데 그 분이 메모장에 strike라고 쓰셨다ㅋㅋㅋ파업...
그걸 읽자마자 난 아 오케이 땡큐 쏘 머치를 연발하며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생각이 멈췄다..
그 여성분은 우리와 헤어져 우리 옆에 있던 중국인 그룹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듯 했다.
버스를 못타게 된건 아쉽지만 그나마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버스이용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돈을 내고 기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본섬가는 기차는 1유로?2유로?그정도 밖에 안했던 것 같다.
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메스트레 기차역에서 엄청난 인파를 뚫고 빨간색 티켓머신에서 기차표를 발권했다.
표에 시간대가 딱히 안적혀있었는데 배차 간격이 그리 크지 않은지 그냥 오는대로 타고 가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본섬에 가는 기차를 타게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어머니한테 세 도시 중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여쭤봤었는데, 다 좋았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현지에서의 반응은 베네치아 갔을 때 어머니 반응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ㅋㅋ
정말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도시가 바다위에 떠있는 이 비현실적인 광경이라니..
감탄만 하면서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https://maps.app.goo.gl/t9G96B5UM1hrYbsV6
베네치아 본섬
https://maps.app.goo.gl/Sm9ZXqja24UomawQ9
이 곳도 안에 들어가보지 못한 성당중 하나인데 산타루치아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민트색 돔이 인상적이다.
여긴 비둘기가 아니라 갈매기가 거리를 돌아다닌다ㅋㅋ이것도 다른 도시에서는 좀 보기 힘든 장면 아닌가
가끔 사이에 비둘기가 섞여있을 때도 있다.
정말 특이하고 돋보적인 경관이다...어머니도 가는 곳마다 사진 찍고 걸을 때마다 감탄하며 모녀가 쌍으로 난리났었다ㅋㅋ
매연이 없는ㅋㅋㅋ없을 수밖에 없는 곳..
교통수단이 모두 배라서....
이렇게 바닥이 보이는 다리도 있고~
멀리 테라스나 야외에 테이블 깔아 놓은 식당들이 많았는데, 마침 밥 먹을 시간이어서 우리도 여기서 식사를 먹기로 했다.
점심식사
https://maps.app.goo.gl/M6Hy5Lq3TyaxzeHD8
까르보나라~느끼하지 않고 계란이 정말 듬뿍 들어갔는데 짜지 않았다.
치즈가루를 별도로 줬는데 원하면 더 뿌려먹으라기에 원없이 뿌려먹었다ㅋㅋ
단백질과 채소~
테라스 자리라서 식사 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바로 옆이 물길이어서 배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도 보고, 물 위로 오리나 갈매기가 떠다니는 것도 구경했다.
큼직하게 바다 밑까지 박혀있는 길쭉한 말뚝도 보고...
우리 뒷 테이블에 한국인 커플이 앉아 있었는데, 음식을 받더니 웨이터에게 사진찍어달라고 요청하길래 웨이터가 무심한 표정으로 순순히 찍어줬다.
커플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우리는 딱히 그런 걸 요청할 생각은 없었는데, 우리 음식 가져올 때 웨이터가 너네도 사진 찍어줄까?라고 묻길래 오 그럼 좋지 하고 사진을 부탁했다.
둘이서만 다녔더니 셀카 아니면 어머니와 둘이 같이 나온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운하를 배경으로 딱 좋구만!
하우스 와인도 한잔 씩 주문했는데 맛있었다. 레드가 약간 탄닌감이 있어서 어머니는 별로 안좋아했지만 나는 그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다 마셨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웨이터가 식후주를 건넸다.
설마 받게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이미 어머니 몫의 와인까지 마신데다 20도쯤 하는 리몬첼로를 샷으로 마시고 제대로 취해버렸다ㅋㅋ
리몬첼로는 샷으로 마시면 생각보다 그렇게 새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스프리츠나 하이볼로 마시면 레몬즙을 추가하는지 좀 더 새콤한 느낌이라 좋았는데 샷은 그냥 레몬 향이 세고...도수가 좀 있다보니 내 식도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뜨겁다ㅋㅋ
베네치아 거리 구경
엄청 좁은 골목과 운하의 연속이었다.
아기자기한 가게도 많고 미니사이즈의 광장같은 곳도 중간중간 있는데 공중화장실 찾기가 너무 힘들다ㅠ
골목이 너무 많아서 초행자는 길 잃기 십상일 듯. 우리도 그랬다ㅋㅋ
구글맵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한참 헤매다가 드디어 만난 산마르코 광장.
종탑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긴 한데 막상 실제로 가면 대성당의 존재감도 장난 아니다. 그 앞에 구불구불 선 관광객의 줄도 그렇고.
옆에는 복사 붙여넣기 한 것 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기둥들이 있는 두칼레 궁전이 있는데 이것도 이 광장의 독특한 인상에 한몫 한다.
가까이서 보니 대성당의 대리석 벽 색감이 피렌체 대성당 외벽 색감이랑 좀 비슷하다.
돔이나 장식들은 좀 더 이국적인 느낌이다.
항구 쪽으로 가니 수상버스 정류장이 늘어서 있고, 멀리 바다 건너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보인다.
저긴 이틀 뒤에 갈 예정.
해질 무렵 수상버스를 타고 다시 산타루치아 역까지 가려고 줄을 서 있는데...
이 수상버스 녀석도 시간이 한참 가도록 안오는 것이다...
좀 찾아보니 메스트레에서 우리가 타려던 버스랑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수상버스인듯 하고, 우리가 타려던 수상버스 노선도 하필 이날 파업인 것 같았다.
광장에 오기까지 한참 헤매면서 다리아프게 걸었던 걸 생각하니 막막해지는 와중에 어떤 한국인 일행들이 우리에게 와서 수상택시를 탈건데 동승해서 택시비를 n분의 일 하자고 제안하셨다.
인원수가 제법 있어서 n분의 일 하는것도 가격적으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 뒤에 있던 수상택시 기사님이 생각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시길래 헉...너무 비싸서 동승 안하고 그냥 왔던 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도 한참 헤맬까봐 걱정했는데, 왔던 길이 좀 기억이 나서 그런지 갈 때보다는 덜 헤맸다.
덕분에 이런 다채로운 저녁풍경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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