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이탈리아 가을 여행기 04 - 로마 여행 : 보르게세 미술관 20240913
이 글은 이미 두 달 전에 다녀온 여행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글이며, 주관적인 의견이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보전달의 목적보다는 사적인 기록을 위한 글입니다.
여행 시점 이후 현지 관련 정보에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
호텔 조식을 따로 신청하지 않은 관계로 숙소 옆 건물 1층에 있는 식료품 가게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사 먹기로 했다.
https://maps.app.goo.gl/w7ghYDmUUXu8bRUs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와인, 햄, 치즈, 과자 등 간단한 식료품과 함께 카운터 옆 여러 재료를 넣고 직접 만들어주는 간단한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였다.
전날 아침에 간 danesi cafe만큼 일찍 열지는 않지만 오전 8시쯤 되면 문이 열려서 아침으로 먹기 좋다.
메뉴에 번호가 붙어 있고, 샌드위치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써있어서 먹고 싶은 걸 고르면 된다.
로마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작은 규모의 식료품점같은 곳에서 파니니를 파는 곳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식당에서 제대로 코스요리 먹기엔 부담스럽거나 갈길이 멀어 바쁠 때 사 먹기 편해서 좋았다.
여행 내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이런 파니니를 종종 사먹었는데,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셨다.
빵(치아바타)이 잘 어울리고 치즈도 신선하고, 햄 종류도 다양한데 그리 비싸지도 않고 맛있으니까!
숙소에서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처음 가는 길이기도 하고 사람이 없어서 한적한 거리였다.
그 와중에 길가에 주차된 다양한 자동차들 구경도 했다.
요즘 차에 관심이 있으신 어머니는 이렇게 다양한 브랜드나 회사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신기해하셨다.
보르게세 미술관 Galleria Borghese
https://www.tosc.it/artist/galleria-borghese/galleria-borghese-2253937/
한 달 전에 미리 웹사이트에서 예약한 보르게세 미술관.
10시에 입장하는 티켓을 구매했는데, 15분 일찍 도착해서 공원 벤치에서 포장해 온 파니니도 먹고 화장실도 이용했다.
한 번 입장하면 2시간 동안 미술관을 이용할 수 있는데, 초과해도 딱히 나가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12시까지 꽉 채워서 전시를 관람하고 나가려는데 오전에는 없었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장 체크하는 프론트?카운터 부분이 반지하 층에 있어서 밖이 보이는 창이 없었고 비가 그치는지 아닌지는 출입구 쪽에 난 작은 창으로만 알 수 있었다.
여하튼,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부분 중 하나였던 보르게세 미술관에 가 보았다.
카운터에 줄을 서는 사람들도 좀 있었는데, 예약 입장과는 별도로 남는 표를 기다리는 줄인 것 같았다.
물론 예약한 사람은 바우처 보여주면 줄 안 서고 바코드 찍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아래 사진들은 기억에 남는 작품들만 넣어 봤다.
수많은 중세시대 이콘화들 사이에서 엄청 예쁜 벽난로 위의 라파엘로 그림을 발견했다!
주변 동시대 다른 그림들에 비해 확실히 채도가 선명해서 눈에 띈다. 비극적인 순간인데 이렇게 채도가 높아도 되나 싶을 정도.
이 미술관은 방도 많은데 그 많은 방마다 다양하게 꾸며진 벽난로가 있고 꼭 그 위에 걸어놓은 그림이 많았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을 보면 왠지 반가워서... 이게 다 90년대생은 다 아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덕분이다.
다른 얘기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탈리아나 그리스 여행이 더 재미있을 거라 장담한다.
다나에 하면 황금비를 맞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이 그림에서는 에로스가 다나에의 옷을 벗겨주는 장면이라고 한다.
들어서는 큰 방마다 이렇게 큼직하고 화려한 그림들이 벽부터 천장까지 그려져 있는데 착시현상같은 공간감이 있어서 괜히 천장도 더 높아 보인다.
이 그림들 일일이 올려다보느라 눈이 핑핑 돌고 고개가 아팠다ㅋㅋ진짜 화려하다.
마주하는 순간 여러 가지 면에서 탄성을 지르게 하는 작품이다. 테크닉이 엄청나다...
뽀얀 대리석인데 인체의 돌출부가 마치 진짜 사람의 매끈한 피부처럼 은은한 광택이 있다.
조각으로 머리카락 표현하기 까다로울 것 같은데 페르세포네나 하데스의 머리카락이나 수염, 옆에 있는 케르베로스의 털 조각한 것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 조각의 가장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바로 페르세포네의 허벅지와 하데스의 손인데...
사실 신화 이야기 중에서 '어린 여자를 납치하는 수염 난 아저씨'라는 소재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페르세포네의 허벅지와 하데스의 손을 표현한 저 부분만큼은 정말 실제 사람의 피부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어서 감탄스러웠다.
트로이의 후예이자 로마의 선조라고 하는 아이네아스, 안키세스, 아스카니우스 삼부자.
이 조각도 인체 근육 묘사가 특징적인 것 같다.
조각상이 좀 높은 좌대 위에 놓여 있고 크기도 제법 커서 사람들이 올려다봐야 하는데, 사람들 눈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아이네아스의 무릎이 보인다.
노인의 비쩍 마른 체형과 살이 별로 없이 주름진 무릎, 한창 혈기왕성한 청년 아이네아스의 근육 잡힌 체형과 단단한 허벅지, 그 뒤에서 따라오는 아들의 통통하고 앳된 체형... 나이대별로 다르게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 작품은 미완성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원래는 '시간'을 상징하는 천사가 여성의 위에서 천을 걷어내는 장면을 조각하려 했다고 한다.
다른 조각들과는 다르게 약간 낮은 좌대 위에 놓여 있고 벽 쪽에 붙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베르니니 조각보다 부피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렇게 천장에 그림이 있는 방도 있고 정말 그림과 조각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구경했다.
로마시대 조각상도 있다.
고대에 어떻게 저런 수준의 표현이 가능했을까 싶은데 비슷한 고대적 유물인 라오콘 조각을 보면 더더욱 신기하기만 하다.
(결국 다음날 바티칸에서 라오콘 군상을 보게 됨)
인생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 들게 만드는 카라바조의 그림이다.
이걸 기대하고 오긴 했지만 나도 내가 카라바조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인물묘사가 대단하고 오묘하고 눈길을 끌긴 하는데 그의 인생사를 알고 나서는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사람...
그럼에도 그의 그림만큼은 정말 뛰어나서 안 볼 수가 없고...
인물의 피부톤과 눈빛이 정말 병든 사람을 잘 나타내는데 표정이나 몸의 움직임은 왠지 묘하다.
병들었다기 보단 취했거나 유혹하는 듯한 느낌?
캡션에 self portrait자화상이라고 적힌 걸 보니 카라바조가 본인 얼굴을 바쿠스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 들게 만드는 카라바조의 그림(2)
배경 까맣게 누른 거(테네브리즘?) 정말 대단한 연출인데 이걸 사진으로 온전히 찍기가 참 힘들었다..
카라바조가 젊었을 적 본인과 도망자 시절의 본인 얼굴을 그렸다고 하는 썰이 있다.
다비드의 씁쓸한 표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중세, 바로크 시기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는 현대미술 작품도 멋지다.
리움의 거미 동상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찾아보니 우리가 갔던 9월 13일이 루이스 부르주아 기획전시가 거의 끝나는 무렵이었는데, 모르고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되어 좋았다.
여담이지만 이번 여행하면서 다른 미술관에서도 중세, 바로크 시기 미술과 현대미술, 현대공예품을 함께 전시하는 현장을 몇 번 목격했다.
이런 시도도 때로는 새롭고 재미있기도 하고 또 다른 연관성을 찾거나 관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큐레이팅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작가가 제작한 그림과 조각이지만 같은 이야기를 주제로 해서 그런지 같은 방에 전시되어 있다.
두 작가가 생각하는 다비드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 조각도 정말 예뻤는데, 앞서 본 다른 베르니니 조각상의 남성들에 비해 이 조각상의 아폴론은 근육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몸이 소년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이 조각에서는 나뭇잎 표현과 월계수 나무가 되어가는 다프네의 표현이 좀 더 또렷하고 특징적이다.
특히 손끝이 잎이 되어가는 부분은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섬세하게 잘 조각해 놔서 감탄했다.
1층 전시실에서 정원 쪽으로 구경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서 나와보니 루이스 부르주아 기획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거미 아래로 통과해서 지나가면 별도의 기획전시실도 있었다.
정원에서 발견한 미국 부용. 왜 무궁화가 생각나나 했는데 찾아보니 같은 과였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식물을 보면 반갑더라...
이번 여행 내내 우리 어머니도 야외를 거닐다가 발견한 작은 풀 하나라도 한국에서 보던 풀과 비슷한 풀이 있으면 괜히 고개 숙여서 들여다보고 반가워하셨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지만 생각하는 내용도 타이밍도 이렇게 비슷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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